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봄날 옛집에 가서

관암 2020. 4. 14. 16:09




 


봄날 옛집에 가서

 

이상국

 

    

봄날 옛집에 갔지요

푸르디푸른 하늘 아래

머위 이파리만한 생을 펼쳐들고

제대하는 군인처럼 갔지요

어머니는 파 속 같은 그늘에서


아직 빨래를 개시고

야야 돈 아껴 쓰거라 하셨는데

나는 말벌처럼 윙윙거리며

술이 점점 맛있다고 했지요

반갑다고 온몸을 흔드는


나무들의 손을 잡고

젊어서는 바빠 못 오고

이제는 너무 멀어서 못 온다니까

아무리 멀어도 자기는 봄만 되면 온다고

원추리꽃이 소년처럼 웃었지요