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인생의 고개를 넘어가며 / 서태우

관암 2020. 1. 28. 09:06


인생의 고개를 넘어가며 


인생의 고개를 넘어가며

스산한 겨울바람에 너풀너풀 풀어헤친

우리네 인생살이 서러워라.

 

한 고개 넘으면 조금 더 높은 고갯길이

또다시 앞을 가로막고 있다.

 

중천에 걸린 얄미운 저 태양은

쉬지 않고 황혼을 향하고

그을린 볼에 흐르는 땀은

그래도 살아 있음을 알게 하는

또 다른 긴 호흡이리라.

 

슬픔은 싫지만 외면하지 않으리

그리움이 주는 아픔이라면 달게 참으리

그 아픔 또한 내 몫일 테니까

 

살아 있으므로 느끼는 감정들

살아가면서 해야 하는 행동들

모두가 이미 짜여진 각본일지라도

무심코 내뱉는 탄식과

생각 없이 움직이는 손짓들까지

하나의 의미를 두며 살아가리라.

 

너와 나 그리고 우리는

세상에 대한 환상의 옷을 벗고

한 점 부끄럼 없는 알몸으로

그렇게 오늘을 살아가야 하리라.

 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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