좋은글

가을서곡

관암 2019. 9. 10. 07:24


    


  

 

가을의 첫 노래를 듣는다.

문풍지 우는 소리에

한 겹씩 옷을 치장하는 창문 밖으로

새벽바람이 서성댄다.

 

 동동한 여름 이겨낸 손끝마다

물들여진 봉숭아 꽃물,

  

누구에게 보이고 싶어

밤을 새운 그리움이

금빛 햇살에 반짝인다.

 나는 무엇으로 이 가을을 대답할까? 

  

담벼락에 등을 대면

서늘한 기운이 일어서고,

  

귀향의 길에서 차진 열매 하나 없이

허망한 가을을 맞아야 하는 자들,

 

 얻는 것과 바라는 것

모두 풍요하여 탐이 나는 세월,

  

한 웅큼 푸른 구름 잡아

툭툭 헹궈내면,

가을꽃 향기는 한 줄 이별의 시를 쓴다.

  

글/   박종영