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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렇게 서둘러 가라 마오
관암
2019. 5. 22. 08:11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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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렇게 서둘러 가라 마오
청계 정헌영
가라 마오
아직도 갈 길은 멀기만 하고
할 일도 많이 남아 있는데
그렇게 서둘러 가라 하지 마오
영산홍꽃 찬연하고
라일락 향기 싱그러워
마른 마음 그곳에
잠시 머물고 있는데
그렇게 서둘러 가라 하지 마오
서산 햇무리 지면
가지 말래도 서둘러 갈 텐데
그리운 임 먼 길 떠나면
가지 말래도 따라갈 텐데
그렇게 서둘러 가라 하지 마오
살아온 내 인생
너무나 고달프고 서러워서
잠시 무거운 짐 내려놓고
참 좋은 세상 조금 맛보고 가려는데
그렇게 서둘러 가라 하지 마오
서둘러 간다고 반겨줄 사람 없고
늦게 간다고 눈 흘길 사람 없는 인생
저 삼각산 소나무 노을 가지처럼
마음 편히 살다 가게 그냥 놔두오
그렇게 매몰차게 서둘러 가라 마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