노년의 사랑
좋은 것만 좋다 아니하고
나쁜 것도 좋게 만들어서 보는 눈이다
젊음의 사랑이 예리하다면
노년의 사랑은 무디다
무제한 상대를 인정하는 혀이고
폭 넓게 생각한다
중년의 사랑이 산 정상에서 이루어진다면
노년의 사랑은 중턱에서 이뤄진다
나쁜 공도 잘 받아넘기며
맛이 없어도 맛있다고 한다
항시 빈 그릇이 되어 기다리고
포수처럼 오는 대로 받아들인다
상대를 나에게 맞추는 게 아니라
나를 상대에게 맞추려고 노력한다
젊어서 못 했던 것을 더 열심히 하고
단풍을 꽃으로 생각한다.
손계 차영섭