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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고려인, 고려 사람입니다 / 이레 김창권

관암 2019. 7. 16. 20:12



나는 고려인, 고려 사람입니다

 
마음마저 얼어붙은
두만강 너울을 헤치고
살 에이는 연해주 삭풍에
등 떠밀려 그렇게 나아갑니다
 
힘겨운 봇짐 뒤로
아스라이 애써 묻어보는
힘없는 내 나라 조선 땅
 
다시 일어서
두 손으로 일궈 낸
우수리스크 한인 마을,
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 벌판에
항일 독립운동의
대보름 쥐불놀이 큰불을 놓았고

강제이주 시베리아 횡단 열차의
물도 창문도 없어 숨 막혀 죽어가는
가축 수송 화물칸에서도
끝끝내 살아남아
 
버려진 척박한 대지
카자흐스탄, 우즈베키스탄,
키르기즈스탄, 타지키스탄에서도
 
황량한 토굴 움막을 지붕 삼아
생사의 눈물로 흩뿌린 씨앗들을
감사와 감격의 수확으로
거두고 나누었습니다
 
하얀 자작나무 숲 사이
남쪽 고향 하늘 저 너머로
색동저고리 무지개다리를 놓아
서툰 아리랑 곡조에 어깨춤 너울대는
아나똘리 김, 빅토르 최,
넬리 킴, 아니타 최....
 
그대들을 이 질긴 방랑의
애끓는 탄식으로 낳아 키워낸
우리는 까레이스키도,
고려인도 아닌, 바로 고려 사람입니다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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* 까레이스키
러시아어로 "한국(인)의" 및 "한국인"을 뜻함


* 고려인
1863년 이후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를 비롯한 여러
구소련 국가에 흩어져 살게 된 약 50만명의 한인교포


* 고려 사람
현지 한인교포 사이에서 한민족의 후예임에 자존감을
높여 부르는 호칭